이 나무 이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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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12-03-05 04:59 조회5,683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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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 이혼하다. -소사나무의 분리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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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한 지인이 소사 한주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이 소사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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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재의 모습
한마디로 아주 잘 생긴 소사 쌍간입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마주보는 듯한 주간과 부간의 모습이 조화롭고
크기도 일본에서 말하는 귀중분재 사이즈.
자세히 보면 한나무가 아닌 두 나무로 보입니다.
지인은 이 나무를 분리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키워가야 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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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뒷모습
이 작품의 뒷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외관상 완벽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부간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500원짜리 동전보다 큰 상처입니다.
그리고 이 상처는 치유되기 힘든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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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옆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작업에 미련이 남는 것은
이 작품이 아주 훌륭한 고태미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소재에서 새로 키워낸 줄기로 이어지는 점세성이나
자연스런 줄기의 흐름도 무시못할 정도이구요.
잘하면 쓸 만한 작품 하나 건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분리할 것이나 그대로 키울 것인가를
한눈에 파악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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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또 다른 옆모습
당연히 분리하자.
두 개의 줄기가 조화롭기는 하지만
부간에 있는 상처는 두고두고 이 나무에 흠으로 작용하게 되며
이것은 이 나무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게 된다.
하나라도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보자.
지인은 그 대답을 듣고 이 나무를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그러더니 며칠 후 다시 이 나무를 가지고 돌아옵니다.
"이 분리 작업 원장님이 하세요."
그리고 다른 나무 한주를 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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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상처
하필이면 치료가 안되는 이 곳에......
결국 마음먹은대로 분리 작업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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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흙을 모두 털어내고 보니
이 상태입니다.
이 나무를 소장하던 사람은
작은 분에서 키우던 것을
흙을 전혀 털지 않은 상태로
분에서 그대로 빼내어 큰 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밑동에 예전의 깔망이 그대로 있더군요.
그리고 냄새.....
얼마나 분갈이를 한지 오래되었는지
흙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시궁창 냄새가 진동합니다.
분안에 가득찼던 뿌리들도 대부분 시커멓게 죽은 채
고압의 물 세척에 떨어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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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뒷모습
살아있는 뿌리는 선홍색으로 맑은 빛깔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죽은 뿌리는 껍질이 벗겨진 채
이 나무의 고단한 삶의 여정을 그대로 드러내게 됩니다.
분갈이를 제대로 해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소재의 정면에서 옆으로 뻗어나간 뿌리와
아래로 흘러내린 뿌리는
시궁창처럼 썩은 분안에서
모질 게 살다가 고사한 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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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짝 제껴보았더니
쉽게 벌어집니다.
대부분 분리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뿌리가 얽혀 어느 한줄기는 포기해야 하는데
이 나무는 가벼운 힘만으로도 쉽게 이혼을 결정합니다.
지인은 부간은 자기 달라고 했는데
영락없이 다시 시집을 보내야 하게 생겼습니다.
혹시나 하여
줄기에서 키워낸 가지중에서
취목할 만한 것들이 있나 꼼꼼히 살펴보아도
걸맞은 소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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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분리후
생각보다 뿌리가 적습니다.
이정도 분생활을 거친 나무라면
뿌리가 너무 많아 정리하는데에도 애를 먹어야 합니다.
다행히 주간으로 쓸 나무의 뿌리 부분을 살펴보니
상처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앗싸~~~ 하나 벌었다.
쓸 만한 작품 하나 건진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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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다시보는 주간
이렇게 뿌리가 약하면
세력을 회복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한 3년?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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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상처뿐인 부간
부부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만나야 합니다.
이것은 잘못된 만남이었을까요?
나이대는 비슷하지만
하나는 상처없는 완벽한 몸매
그리고 이 나무는 줄기는 물론
뿌리에도 큰 상처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운명이었을까요?
갑자기 인생사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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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독립한 주간
변화가 많은 주간의 모습
한마디로 당당합니다.
지금 당장 명품급은 아니어도
잔가지를 더 발달시키고 고태미를 더해가면
국내 왠만한 전시회는 무난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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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뒷모습
뒷모습도 적당히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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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옆모습
이왕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거. 옆모습은 보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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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아, 부간
사기분에 심기도 좀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생명을 가진 것을
버리기도 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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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천국과 지옥의 체험
인생이 그렇겠지요?
함께 살다가 갈라선 비극적인 부부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 작품의 결말은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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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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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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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작업과정 요약
다정해보이던 하나의 작품이
이렇게 갈라졌습니다.
늘 행복한 시간 이루십시요.
예솔지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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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라종찬님의 댓글
라종찬 작성일오호라 버린것과 얻은것에 대한 정리? 역시 지기님의 안목이 경이롭기까지 하군요 암튼 주간과 부간이 이혼의 아픔을 서로가 위로하며 멋진 삶으로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하관수님의 댓글
하관수 작성일역시 국어선생님답게 말없는 나무의 삶을 머어찐 이야기로 써주셔서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슬프지만 서로 잘되길 바랍니다.
달마손님의 댓글
달마손 작성일<DIV>우리의 인생역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DIV><DIV>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DIV><DIV>많은 여운을 남기는 순간이었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