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예솔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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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esolgiki 작성일10-04-19 19:33 조회2,736회 댓글4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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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예솔지기!!!
-자네 불쌍해서 어떡혀? -그것 하나 못먹었다고 불쌍해요? -자네 마누라한테 물어봐. 그럼 불쌍하다고 허지.
우리 큰동서. 한량입니다. 제 바로 밑에 동서랑 어울려서 전국적으로 맛있는거만 골라서 먹고 다닙니다.
그런데 참 불쌍한 것도 가지가지입니다. 음식하나 못먹었다고 불쌍하다니요. 분재가 좋아 365일 분재하고 사는 예솔지기가 졸지에 음식 하나 때문에 불쌍한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지난 겨울 처갓집 식구들 단합대회. 안면도에서 열린 물경 딸만 아홉을 둔 장인어른 내외를 비롯하여 처가댁 온식구들이 팬션 하나를 빌려 복작거리며 놀다가 돌아오는 길. 늦은 점심 덕분에 부른 배를 통가통가 하면서 잠시 큰 처형댁에 들렀더니
“이 기회에 먹고 가. 언제 먹을지 모르니...” "아. 배도 부른디...."
하여 억지 춘향식으로 익산에서도 무려 40여분 차로 달려갔더랬습니다. 겨우 차 한 대 다닐만한 비좁은 산길을 한참 달려 도착해보니 와!!!! 주말도 아닌데 주차장에 빼곡이 들어찬 차량, 차량들...
비좁은 자리를 간신히 마련하여 그렇게 해서 처음 대한 음식이 흔한 “아구찜” 기다리다가 나온 음식을 먹어보니 그 첫맛이 그랬습니다. “아, 매워. 겨우 이것 먹으라고 그렇게 성화를 했단 말야?”
사준 사람 체면도 있고 해서 뭔가 미사여구를 구사해서 생색을 내주어야 하는데 기다렸던 맛이 커서였을까? 아니면 졸지에 천하의 예솔지기를 불쌍하게 만들어버린 음식에 대한 배반감에서였을까.
그렇게 음식을 먹은 뒤 커피한잔 마시고 돌아서는데 “어라?” 매운 것을 먹으면 입안에 남아있을 그 조금은 찝찔한 매운 맛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겁니다. “뭐 이래? 이 맛이었어?”
그리고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2월은 예솔지기가 분갈이로 녹초가 되는 달입니다. 더구나 올해는 약 600여개에 정도 되는 분갈이를 혼자 다 해치우고 있었으니 저녁마다 녹초가 되어 마누라 얼굴 볼 힘도 남아있지 않았더랬지요. 그러다가 어느날 집사람이 아침부터 일을 도와주겠다고 사근댑니다. 평소 잘 안하던 커피도 막 타다줍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나, 송은이하고 아구찜 먹으러 가면 안돼?” “뭐? 거기까지 둘이서만?” “자기는 피곤하잖아. 그러니까 우리만 얼른 갔다올게” 이것은 순전히 미친 짓입니다. 여기서 거기를 가려면 승용차로 1시간 40분. 그것 하나 먹겠다고 그 먼곳을 가겠다는 마누라를 보면서 내가 한마디 보탭니다.
“나도 데려가. 갈 때 올 때 차안에서 자면서 쉬면 되지.”
그렇지 않아도 은근히 그 맛이 땡기던 참이라 큰맘먹고 운전을 마누라에게 맡기고 -우리집에 놀러 왔다가 우리 집사람이 읍내로 데려다준 아이들 말로는 우리 집사람 운전 실력이 청룡열차 수준이라고..ㅎㅎㅎ- 그것을 먹으러 갔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운 맛이 아니더군요. 입에 감기는 감칠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로 그 맛에 길들은 집사람이 거길 다녀오면서 한번은 포장해서 가져왔습니다. 우리 딸래미, 거기서 열심히 먹고 와서는 다시 젓가락을 들고 덤빕니다. 그리고 남은 국물. 끼니를 이어가며 열심히 밥을 비벼 먹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두 끼 정도 남아있어야 할 국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국물 어땠어? -버렸지. -(죽일듯한 표정으로) 왜? -몇번 먹었잖아. -당신 쫒겨날래?(예솔지기 간 무지하게 큽니다. 배밖으로 많이 삐져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아구찜을 이젠 먼거리까지 달려가서 먹지 않아도 좋게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사업 구상을 하고 있던 막내 동생이 기름값 오르면서 찾아오시는 회원님이 줄어 대강대강 현상유지만 하고 있던 카페에 자기가 ***표 백숙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그런데 포장해서 온 백숙이 영 아니더군요. 그래서 한입 먹고 우리 진돌이들 포식시켜 주었는데 본인에게는 그 ***표 백숙의 인상이 아주 좋았던가 봅니다.
이 부근의 식당에서 취급하는 자연산 닭하고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으니까 다른 것을 해보라고 설득설득 해도 몇 달동안이나 요지부동이더니 부모님 모시고 이 아구찜을 한번 먹어보더니 그날로 메뉴를 바꾸더군요. 더구나 17년전 위암 수술을 받아 매운 것을 못드시는 어머님이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드셨다고 하는 말에 이튿날 전화를 해서 확인해보니 아무렇지 않다고.....
그 아구찜을 이제 예솔에서 선보입니다. 오는 5월 1일 예솔지기가 미칠만한 맛이었는지 회원 여러분의 평가를 받겠습니다.
그리고 이 아구찜으로 선택한 다음 동생의 요청으로 생각한 구호
이제 예솔에 오셔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개업식,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예솔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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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근모님의 댓글
박근모 작성일저도 아구찜을 좋아해서 글을 읽으며 한번 꼭 먹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정말 예솔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한가지 늘었습니다.^^ 원장님께서 반하셨던 그 본점의 그맛과 똑같겠지요?!!^^;
이재룡님의 댓글
이재룡 작성일중요 재료는 가져다 쓰고 요리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으니 아마 똑같을 것입니다. 저도 기대됩니다.
곽중규님의 댓글
곽중규 작성일
고추당초맵다지만...은근히 협박성 개업초댓글...안오면 알아서해란 말씀같습니다.(ㅍㅎㅎㅎ^^ ) 그래도 아구찜은 마산할매아구찜이 지기지요.^^
이태전이던가? 장유궁마마 모시고 (이리)찾아 얼마나 헤메었던지...그때익산시를 처음알았습니다.ㅎㅎㅎ^^그때 생각이나서 처음 댓글로 인사드려봅니다. 모든것이 그렇듯이 음식도 정일겁니다. 예솔에서 48년만에 제가 그리 맛있는 돈까스맛은 처음 느껴봤듯이..특히 촌장님 배놔라 감놔라 안하시면 아마 맛의 대박나실겁니다.^^ 저도 언젠가는 하고 손꼽아 기다려보렵니다. 형제가(같이)라면 것만으로도 행복하시리라 여겨집니다. 항상 좋은일만 있으시기를바랍니다^^
이재룡님의 댓글
이재룡 작성일ㅋㅋㅋ. 은근한 협박 맞습니다. 제가 마산할매아구찜은 먹어보진 않았지만 여기 아구찜은 맛의 고장 전라도의 맛을 고스란히 느끼실수 있을 것입니다. 하여튼 너무 늦지 않게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