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이의 계산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3-10-28 09:54 조회1,875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지난 주 아이들의 소풍이 있었습니다.
소풍 가기 전날 우리 여섯 살난 송은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달랩니다.
마침 다음날 유치원 소풍을 간다기에
내일 돈을 줄테니 네가 사 먹으라고 했습니다.
이튿날 눈을 뜨자 마자
우리 딸래미 아이스크림값을 달랩니다.
하여 지갑에서 삼천원을 꺼낸다는 것이
사천원을 꺼내 주었지요.
아이는 고맙다고 인사를 꾸뻑 합니다.
이윽고 아침밥을 먹으면서
오빠 불쌍하니까 천원만 주자고 달랬더니
선뜻 천원을 제 오빠한테 주더군요.
아들이 나한테 고맙다고 하니까
우리 딸래미 왈
-오빠, 내가 고맙다고 이미 인사했는데 왜 또해?
그리고 그날 소풍을 다녀와서
무엇을 사 먹었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께서 사먹지 말라고 해서 그냥 왔다며
그 돈 삼천원을 그냥 내보입니다.
그리고 그 돈은 주말에 과자를 사먹을 거랍니다.
송은이를 꼬드겼더니 천원을 돌려줍니다.
그리고 제 엄마한테도 천원을 갖다 줍니다.
아무래도 아빠한테만 주면
엄마는 또 삐질테니까요.
그리고 주말.
아이가 과자를 사러 간다기에
간 김에 아빠 담배도 사오라고 2만원을 주었더니
분재원 옆에 있는 구멍가게에 가서 담배를 사다 줍니다.
낮에는 손님 접대하느라 정신이 없다가
저녁 먹고 딸래미에게 잔돈을 달라고 했더니
호주머니에서 2천원을 꺼내옵니다.
그리고는 나한테는 천원만 주면서
하나는 자기 거랍니다.
왜 늬꺼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구멍가게 할머니가 저를 주었답니다.
왜 주었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이 돈은 필요없다고 하더랍니다.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서
너 가게에 가서 어떻게 물건을 샀느냐고 물었더니
먼저 천원을 내고 저 먹을 것을 고른 다음
이만원을 주고 담배를 샀더니
할머니가 조금 전 과자를 사며 내놓은 돈을 포함해서
2천원을 거슬러주더랍니다.
그러니 아이에게는 제가 과자값으로 주었던 돈을 돌려받은 셈이지요.
그러면서 아이는
이 돈은 아빠가 소풍갈 때 자기에게 준 돈이니
분명 자기돈이 맞다고 우깁니다.
그럼 담배 사고 남은 돈 2천원은 어디있느냐고 물었더니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울어버립니다.
송은이만의 특별한 계산법입니다.
행복한 주말입니다.
비록 경제가 어려워 찾아오는 회원님들은 드물고
오다가다 들르는 사람들도 조심스레 구경만 해도 되느냐고 물으며
말 그대로 구경만 하고 나가기는 하지만
어젯밤에도 동네 동생과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
함께 둘러본 분재원의 단풍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하더군요.
이 아름답고 정다운 풍경을 혼자 보지 못해
여러 회원님들께도 이번주 인사로 올립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그리고 의미있고 보람찬 가을로 마무리하시길 빕니다.
2003년 10월 28일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