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송명품 철사걸이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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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esolgiki 작성일03-08-09 07:06 조회6,59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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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명품 철사걸이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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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면 모습
왼쪽이 2년 전 예솔에 시집올 당시의 모습입니다. 이미 기본 틀이 잡혀 있었는데 사간 형식에 잘 발달한 사리며 줄기의 흐름이 좋아 선택한 작품입니다. 윗부분에 만들어진 사리하며 오른쪽으로 떨어진 낙지, 그리고 무엇보다 유연하게 흘러간 줄기에 강건한 수세등 상당히 개성있는 작품으로 대작에 속하는 작품을 지난 주말 예경회 소속 박희일님에게 철사걸이를 맡겼습니다. 그 작업 전후의 모습입니다. 일단은 가지간의 간격을 고르게 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었고 가지의 흐름을 일정하게 잡았습니다. 아울러 조금 길 게 자란 가지는 안으로 접어 전체적인 가지 배열이 촘촘하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
2. 우측면 모습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아서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흐트러져 어느 순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의 족적을 버리고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작업은 몸에 철사를 두르고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가지를 잘라내는 아픔과 결단이 따르게 되지요. 거기에 오랜 동안의 시련을 참아낼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나무에 행하는 철사걸이 작업이 이와 같아서 애초에 틀을 잡았던 흔적들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틀을 완성하고 그 완성된 틀 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때가 되면 철사를 풀고 다시 철사를 걸어 새롭게 태어나고....이런 반복되는 작업을 통하여 그 나무는 자신의 모습을 완성해갑니다. 물론 그 완성이란 것이 인생의 완성처럼 끝이 없다는 것이 바로 사람의 모습과 닮아있어 분재를 예술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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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좌측면 모습
세월은 무심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잔가지같은 인연들을 만들어내고 삶에 고태감을 더해갑니다. 그리고 원래 가지런했던 것들을 흐트러놓기도 하고 흐트러진 것들을 단정하게 정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세월이 흐르면 젊음의 욕심같은 도장지는 줄어들고 전체가 고르게 발달하는데 이 나이가 知天命을 넘어 耳順이라 하던가요? 전체적으로 순들이 고르게 자라나오면서 나무는 한결 더 고고해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섭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햇볕을 고르게 받아 생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데서 생명의 경이와 순리를 배웁니다. 철사걸이 작업은 오랜 시간이 경과해야 할 이 시간들을 단축시키는 작업입니다. 즉 가지 배열이나 흐름을 교정하는 작업은 아주 오랜 기간 살아온 노목에게서 배운 그 지혜를 실현하는 것이지요. |
4. 뒷면 모습
하여 분재를 키우는 마지막은 수형이라고 하던 이강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나무에게 철사를 거는 작업은 이론적인 것이든 감각적인 것이든 자연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작업이 인생의 완성이란 말처럼 어렵게만 들립니다. 그러나 단박에 이 경지까지 도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여 수많은 연습과 실험끝에서 하나하나 이치를 터득하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누가 보아도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을 구가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은 나무의 수형이 아니라 철사를 든 분재인의 인생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분재에 미치는 것은 바로 이런 작업을 통하여 우리 인생을 다듬어가고 그 생명의 환희와 아름다움을 나누며 노력하는만큼 보답하는 자연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작업일: 2003년 8월 2일
철사걸이 작업 진행: 예경회 박희일님
글과 사진: 예솔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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